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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부산 9 人展
일시 : 2008년 4월 15-25 (해운대 점)
내용 : 부산 9인전

다시 보는 부산미술 9인전         강 선 학 (미술평론가)

 

이번 전시에 무엇보다 눈에 띄는 작품은 김윤민과 우신출의 새롭게 발굴된 작품이다.

김윤민의 작품은 주로 어린아이의 몸처럼 둥글고 원만하고 원초적인 친근감을 느끼게 해석된 인물과 풍경으로 그 전형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서너 채 초가가 있는 한적한 시골 포구의 풍경으로 이런 전형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점경으로 처리된인물은 사실적인 비례를 가지고 있고, 돌을 쌓아 만든 방파제나 그 안에서 이물의 작은 움직임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의 한적한 몇 채의 작은 배, 노란 초가와 작은 담, 열린 사립문, 그 안의 마당과 길 끝으로 연결된 방파제로 이루어진 풍경화이다. 후기에 흔히 보는 인물이나 풍경과 완연히 다른 작품이다. 중첩된 삼각 구도의 상단부에 물려 있는 곡선으로 이루어진 포플라 나무와 산의 모양은 그가 이루고자 했던 세계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몽상에 가까운 전형성이 나오기 전의 작품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객관적 정경을 묘사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후기 그가 도달했던 세계의 기저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그의 세계를 이해하는 주요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한 작가의 서정적 기저가 어떻게 맥락화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작품임에 분명하다.

우신출의 70년대 초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나루터> 풍경으로, 이즘 보기 드문 정경이다.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행인들의 장면을 뒤로 밀어놓고 그 앞으로 나루터 주막의 부엌살림을 전경으로 삼으면서 옆 집 처마 밑으로 머리에 짐을 인 여인의 모습을 잡아낸 작품이다. 당시의 바쁠 것도 없지만 놓칠 수 없는 일상이 손에 잡힐 듯 묘사된 이 작품은 여느 풍경과 다른 풍물과 시대상, 현장감 넘치는 표현으로 그의 수작으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다. 일상의 서사를 정경의 공간을 분리하면서 형상화한 섬세한 관찰과 안목은 작가로서의 역량을 새롭게 평가해야 할 정도로 놀랍다.

조동벽의 <소싸움> 정경은 정겹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무엇보다 뿔을 맞대고 힘을 겨루는 소보다 싸움을 어르는 두 아이들이 모습이 더 재미있고 작가적 역량을 읽게 한다. 싸움 직전의 소를 앞에 두고 있는 약간 푸른색이 도는 윗도리를 입은 아이와 으르고 있는 소대가리 밑으로 바짝 허리를 숙이고 싸움의 기세를 살피는 붉은 윗도리를 입고 뒤를 보이는 사내 아이의 긴장한 장단지는 소싸움의 긴장을 보는 사람에게 전이시킨다. 화면 중앙, 좌우로 나눠진 소의 기세와 아이들이 상하로 마주 본 자세로 소싸움을 정겨운 한바탕 소극으로 몰아가는 작가의 재치가 무엇보다 싱그럽다. 색상의 대비와 더불어 힘의 균형을 배분하고 견제하는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경의 기하학적 선으로 처리된 나무 가지와 <까치집>의 형상은 현대조형이라는 당대적 문제를 우리 정서로 이해하고 해석한 작가의 탁월한 미학적 태도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종식의 <부산부두> 풍경은 당시 구상적 풍경화의 흐름에서 볼 때 시대를 넘어서는 독특한 조형적 의식을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검은 선으로 이루어진 부두 풍경은 각박한 시대상과 거친 부두풍경을 탁월하게 형상화 하고 의미화 시킨다. 창고, 기증기, 배, 바다, 점멸하는 불빛 등을 단순하고 거친 선과 간략한 색상으로 형상화 시킨 구성력은 근대기 우리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미학적 성과로 평가되어야 할 작품이다.

오영재의 <풍경>은 해가 지는 바닷가의 갯바위나 언덕 아래 흔하게 보이는 돌이 많은 해변가를 그린 것이다. 붉은 색조에 물든 바위들로 미루어 황혼의 정경으로 추정하지만 굳이 그런 정황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풍경을 선이나 면으로 자잘하게 나누어서 접근하든 무렵의 작품의 하나로 보인다. 면으로 형태를 나누고 색의 계조를 통해 드러나는 풍경은 그의 대상을 대하는 독특한 미감의 결과이자, 풍경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작품이다.

통영의 풍경을 색상과 선, 면으로 접근, 활달한 구성적 조직을 바탕으로 한 전혁림의 작품은 이미 장소성을 벗어나 보편의 세계로서 그의 조형적 성과를 잘 보여준다.

아이와 소, 부드러운 풀밭과 초가집의 정서를 우리의 유토피아로 꿈꾸었던 양달석의 <목동>은 여전히 우리에게 애틋한 향수를 환기시키는데 모자람이 없다.

송혜수가 오래 동안 탐색했고 그 자신의 초상이 된 듯한 <소와 여인>은 나체의 여인상과 황소라는 변형된 신화를 통해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겹쳐진 우리의 세속적 욕구를 승화시키려는 재치와 해학이 넘치는 작품이다.

새로운 재료, 새로운 기법, 넘치는 시각이미지가 오늘의 미술판을 지배하고 있지만, 근대기의 작품들은 우리에게 작품을 어떻게 만나고 읽고 새겨봐야 할 것인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준다.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들 9인의 작업은 부산의 작가가 아니라 우리 근대기의 작품을 이해하는 귀중한 작품을 선사했고, 그 조형적 성과는 분명 새로운 평가를 요청한다. 이번 <다시 보는 부산미술 9인 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적은 작품 수에도 불구하고 작가 의 전형성을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심도 있는 작품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 부산이 부산의 작가에 대해 무엇을 평가하고 있었는지를, 한국미술이 그들에게 어떤 시선을 가졌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작품들이 아닌가 한다.

 

 
송혜수 -   소와 여인  60×50  유화작품